기회가 있을때 마다 여러번 이야기 하기는 했는데,
기존 회사에서 뭔가 잘해보려고 하면 항상 윗선을 설득하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거나 그나마도 설득하는데 실패하는게 태반이라 내가 생각하는 것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서 더 많은 권한을 가지기 위해서 계속 조직내에서 위로 올라가려고 생각했었고, 좌충우돌하는 와중에 주변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뭔가 성과를 내고 싶었었지만 결국 조직내에서 나쁜 놈으로 찍히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지금 회사에 합류하면서 주변으로부터 한심한 놈으로 취급받는 가장 큰 이유가 위험한 스타트업에 합류하면서 연봉 삭감과 지분조차 전혀 받지 않는 선택을 한 부분입니다. 물론 연봉을 워낙 크게 삭감하다보니 기존 씀씀이를 줄이는데 꽤 오랜 기간을 보내서 그나마 적응하기는 했지만 예전처럼 ‘내가 쏠께!’ 이런 말을 함부로 못하는 것도 현실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회사에서 연봉이나 지분 대신에 ‘권한‘을 가지는 것을 원했고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 원하던 권한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니 항상 설득에 실패하던 그 ‘윗선‘이 바로 저의 모습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었고 상당히 오랜 기간 혼란스러웠었습니다. 동료 직원들은 항상 저에게 불가능한 것만 요청했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저도 억울해 죽겠는데 저를 비난하는 것도 참기 어려웠었습니다.
초기에는 직원들이 원하는 것을 어떻게든 해결해주기 위해서 동분서주 했고 안되는 것을 설득하기 위해서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는데 요즘에 느끼는 것은 제가 너무 어설펐다는 것입니다. 무리한 요청을 하는 동료들도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야기를 할 그 누군가가 필요한 것이고 그게 ‘윗선’인 ‘저’였는데 그것을 깨닳는데 참 오래 걸렸습니다.
그리고, 작은 회사인데 일은 차고 넘쳐서 그 일을 조직 역량에 맞춰서 조절하는 것도 저의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문제는 모든 문제가 급하고 모든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일을 잘 쪼개서 동시에 진행해보려고 욕심을 내기도 했는데 직원들 멘탈만 힘들어지지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았었습니다. 이후 매주 초에 또는 스프린트 시작 시점에 업무 우선 순위를 정해서 중요한 업무에 집중하고 나머지 업무를 우선순위에서 미루고자 했지만 외부 상황에 민감한 작은 조직에게는 버퍼조차 없어서 원칙을 지키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조직의 생산성 관련해서 어느 순간 문득 깨닳은 사실은 생산성의 가장 큰 적이 ‘저’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궁금해서 문득문득 물어보는 것들.. 외부 요청사항으로 간간히 진행하는 작은 일들.. 욕심을 부려서 조금 더 해보고 싶은 것들.. 이런 작은 것들로 인해서 직원들이 업무에 몰입하지 못하고 계속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요즘도 동료들 업무를 방해하지 않는 관리자가 되기 위해서 이런 저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처음이다보니 아직 뾰족한 답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비록 이 글을 동료들이 보지는 못하지만 하고 싶은 말은..
내가 알았으면 이렇게 안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