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적응기 #6

서비스 오픈하고 보름만에 두번의 장애를 겪고나니 요즘 멘탈 상태가 말이 아닙니다. 저 뿐 아니라 회사 전체가 서비스 초반에 가파른 가입자 상승세에 취해 있다가 요즘은 가입자나 외형적인 성장 수치에 대해서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초기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다이소에서는 회원수를 더 많이 늘리기 위해서 가맹점들에게 회원 가입 실적을 평가에 반영하고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는데, 가맹점들이 실적 경쟁을 하다보니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앱을 설치해서 가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매장마다 가입 신청서 양식을 자체적으로 만들어서 직원들이 가입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가입신청서를 나눠주고 영업시간 끝난 후에 직원들이 수작업으로 회원 정보를 입력하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초기 단계에서 Android앱으로만 서비스하기 때문에 iOS 사용자나 스마트폰 사용에 취약한 계층도 회원으로 유입시키기 위해서 Mobile web page를 통해서 가입할 수 있는 우회 채널을 열어 놓은 것이 화근이 되었습니다.

다이소 매장 입장에서야 앱으로 가입하나 Web으로 가입하나 회원이 증가하는 측면에서는 차이가 없지만 Web으로 가입한 회원들은 포인트를 적립하기 위해서 핸드폰 번호를 직원에게 불러주거나 서명 패드에서 번호로 입력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고객당 결제시간이 길어져서 궁극적으로 매장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 간과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 입장에서는 앱을 설치하는 사용자 수가 늘어야 CRM 서비스나 광고 BM을 적용할 수 있는데 앱으로 설치 가능한 사용자들도 직원들 권유에 의해서 Web으로 가입이 처리되고 있어서 가입된 회원을 대상으로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해야 하는 또다른 숙제를 떠안게 되었습니다.

빈번한 장애에 사업이 예상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니 스타트업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요즘 절실히 깨닳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주변에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장애 원인 분석하고 대책을 수립하고 있는데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라 스스로 무능함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가입자와 사용자를 모으는 데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사업적인 성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서비스의 안정성과 빠른 개발이 필수적인데 외주 개발의 문제가 운영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입사 후 외주 업체에게 완전히 넘어가 있는 개발 주도권을 가지고 오기 위해서 정말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만 현재 외주로 개발하는 업체가 사장님과 사업이사와 함께 3년 넘게 같이 일한 사이라 신뢰가 두터웠기 때문에 설득이 쉽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1차 개발이 완료되고 연말까지 2차 추가 개발 계약을 기존 업체와 계속 하는 것으로 한발 물러서서 내년부터 업체를 바꿔서 운영하는 것으로 타협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타협이 회사를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가게 될지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서비스 장애가 발생해서 서버 재부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외주 개발 업체에서는 책임 회피를 위해서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며 30분 가까이 서비스 장애가 난 상태로 방치하고, 장애의 원인이 된 DB 부하 분산을 위해서 튜닝과 최적화 작업을 해야 하는데 명백한 결함에도 추가 계약 없이는 작업을 못하겠다고 버티는 등 여기저기서 사업을 발목잡는 작은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만약 제가 입사후 강하게 밀어붙여서 업체를 미리 바꿨다면 장애의 영향이 작았을 것이고 기능개발 보다는 서비스 안정성 위주로 개발 외주를 진행했을 것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장애도 줄이고 사업적인 어려움이 덜했을 것이라는 자위를 스스로 합니다.

다만, 개발을 총괄하는 사람이 입사하자 마자 별 문제 없는 기존 업체를 자기가 아는 업체로 바꾼다는 사실만 가지고 뒷탈이 있을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었고 저 스스로도 업체를 바꿔야 할만큼 심각한 상황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다녔던 회사에서는 ‘책임’이라고 해봐야 허울뿐인 구실이고, 제 개인의 판단이 조직의 시스템에 의해서 위험을 줄여주도록 동작했을 것이고 설사 실제 위험 요인이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조직의 시스템에 의해서 어렵겠지만 결과론적으로 복구가 가능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는 제 개인의 결정이 회사의 존폐를 가를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질 수 있고 각기 다른 분야에서 최소의 인원만 존재하다보니 서로 보완해줄 수 있는 여력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도 과감한 결단을 두렵게 하는 환경입니다.

입사한지 이제 갓 한달이 지났는데 사업의 롤러코스터를 타며 심장이 쫄깃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가능한 즐겨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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