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한시간여에 걸쳐서 쓴 글을 페북이 날려먹어서 요점만 다시 씁니다. 썼던 글 다시 쓰는게 정말 짜증 나는 일이군요. (어쩐지 글이 술술 써지더라니..)
부푼 꿈을 안고 스타트업에 합류한지 이제 두달이 되어 갑니다.
그 동안 다닌 회사는 직무별로 전문 조직이 있어서 어설프게 아는 지식으로도 일하는데 부족함이 없었고 그게 제 역량인 줄 알고 정말 겁없이 스타트업에 합류했습니다. 막상 스타트업에 합류해서 일하다보니 서당개로 주워들은 지식의 파편들은 쓸모가 없었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경험’이라는 것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장애 대응이나 서버 구성 및 DB 설계 등등 어느 것 하나 책으로 배울 수 있는 것들은 없었습니다. 하나씩 문제를 만나면서 주변 지인 분들로부터 구걸과 동냥을 해가면서 하나씩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스타트업에 대한 또다른 환상은 절박함과 절실함으로 가득찬 최정예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라고 상상했던 것이었습니다.
여타 작은 회사들이 그렇듯이 언제 망할지 모르는 듣보잡 회사가 ‘스타트업’이라고 포장한다고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올리가 없었는데 그 단순한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스타트업에도 소위 명분을 중요시 하는 가오파가 있고, 편하게 월급만 받고 다니면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회사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나름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제가 예전에 다녔던 회사에서도 이유는 다르지만 절박함과 절실함을 가진 사람이 일부 있었습니다. 물론 그 동기가 스타트업과는 다르겠지만 그때 저는 회사원이었고 무난하게 회사 출근해서 대형 사고치지 않으면 월급이 나오니 해보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겼었습니다.
‘스타트업의 회사원’이라는 존재를 인식하기 전까지는 같이 달려주지 않거나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행태로 인해서 때로는 분노했고 때로는 너무 힘들어서 그만둘까도 고민했었습니다.
결국 스타트업은 절박함과 절실함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로켓이 아니라, 언제 망할지 모르는 위험한 사업을 하는 듣보잡 작은 회사라는 현실을 인식하는데 2개월이 걸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