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러 업체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각자의 전략을 담은 Android Launcher들을 발표했습니다.
각 사의 launcher 발표에 대한 첫 느낌은 Web 기반의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mobile, 특히 Android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는 것이고, 이는 기존 iOS에서 앱기반으로 사용자 니즈를 충족하는 것과는 다른 나름대로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Android 초기에는 Google과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launcher는 정말로 application을 실행하기 위한 launcher 본연의 역할에만 충실했을뿐, 가장 개인화된 device인 phone의 Home(=Launcher)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불편함이 많았고 이 틈새를 초기부터 집요하게 공략해서 성공한 어플이 ‘GO Launcher‘라고 볼 수 있습니다. GO Launcher가 나름 탄탄하게 시장을 구축하고 있을 때에도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launcher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고 홈에 검색 위젯을 설치하도록 유도하거나 독립 앱으로 포털의 경험을 mobile로 이식하려는 시도를 했었고 심지어 구글을 공정위에 제소하는 등의 법적인 대응까지 진행했었습니다.
어쨌거나 결과적으로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launcher의 존재를 인지하고 투자를 한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지금은 좀 늦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Android 초기 상황과는 달리 Google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Home의 주요 기능이 플랫폼 기능과 밀착되기 시작했고 제조사들도 Home을 개발하는데 좀 더 많은 노력을 들이기 시작했다는 점 때문입니다.
facebook Home은 그림이 너무 크고 개념이 너무 멀리 나아가서 이 글에서는 네이버와 다음 위주로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제가 보기엔 현재 launcher에 대한 투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입니다. 그 이유를 열거하자면,
- Android의 platform 기능에 Home기능이 밀착될 수록 3rd party Home은 platform 진화를 따라가는데 버거울 것입니다.
이는 기존에 Microsoft가 Windows OS에 application 기능을 밀착시키면서 경쟁 Office 제품군과 Borland 같은 Visual C/C++개발툴 경쟁 업체까지 몰락시킨 전례와 유사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또한, Android가 Open Source Project라고 하지만 Linux와 Platform 등의 source만 공개하고 Launcher source를 비롯한 주요 source들은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 3rd party가 따라가기에는 생각보다 많은 공수가 투입될 것입니다. - Google의 밥줄이기 때문입니다.
Google이 GMS license를 통해서 Home에 Google 검색을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는데, Android 플랫폼에 대한 엄청난 투자에도 불구하고 3rd party가 Home을 점령해서 Google의 검색 시장을 뺏어가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리가 없습니다. 혹자가 얘기하는 Google이 3rd party Home이 Google Play Store에 등록되는 것을 거부할 것이라는 등의 방법 말고도 fast mover 전략을 통해서 3rd party Home이 따라오기 충분히 어렵게 할 수 있습니다. 어쨌거나 3rd party Home은 단말기를 교체했을 때 새로 다운로드 받아서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 제조사 변수
제조사가 인터넷 서비스 업체만큼 Home에 대해서 절박하거나 Google 처럼 밥줄이 달려있거나 하지 않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치열한 시장 점유율 경쟁을 위해서 3rd party Home이 가지는 장점들을 단말기 출시 시점에 기본 Home에 이식할 것이고, 그 외에도 제조사는 Home을 비롯한 기본 application에 루트권한을 부여하는데 제약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3rd party가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을 언제든지 보여줄 수 있는 기득권이 있는 상태입니다. 물론, HTC가 Sense UI를 적용하고 삼성이 TouchWiz라는 독자적인 UI 노선을 고집하면서 Android platform 진화에 상대적으로 느리게 따라오는 취약점은 있지만 언제든지 보완이 가능한 취약점이기 때문에 3rd party Home이 제조사를 아프게 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 Google과 제조사가 고민하지 않는 “왜 런처를 바꿔야 하지?”에 대한 질문과 고민을 3rd party Home은 끊임없이 해야 합니다.
3rd party Home이 단기간 차별화 전략을 통해서 성공할 수 있겠지만 Home에 대한 완성도는 어느 시점 이후에는 대동소이할 것이고 사용자는 굳이 런처를 바꾸지 않아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시점에 도달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3rd party Home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일 것이며 완벽한 레드오션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네이버와 다음 같은 회사는 밑빠진 독에 물을 부어서라도 각자의 플랫폼으로 사용자를 유도하는데 충분히 효과적인 전략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GO Launcher의 성공을 보며 별도 플랫폼 없이 독자 application만으로 승부하고자 한다면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면서 말리고 싶습니다.
네이버와 다음도 기존에 검색 위젯을 바탕화면에 설치하고자 했던 단순한 시각에서 벗어나서 Home으로 눈을 돌린 만큼 사용자들에게 Home을 설치하도록 유도하는 단순 마케팅에서 벗어나서 Home에서 시작하는 Android의 UX를 어떻게 ‘네이버스럽게’, ‘다음스럽게’ 전개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네이버와 다음의 Home 1차 전쟁은 투자를 통해서 대체제를 확보한 다음보다는 아무래도 개발자를 내부에 영입한 네이버의 1차 승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네이버의 Home이 제조사의 것이나 마켓에 있는 여러 Home보다 낫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내부 서비스와 연계하여 전략 방향을 일치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네이버나 다음이나 뭐가 그리 급했는지 완성도 떨어지는 앱을 출시해서 사용자에게 실망을 안겨준 점은 앞으로 Home의 확산에 큰 장애 요소가 될 것 같습니다.
네이버나 다음이 밑빠진 독에 물을 부어서라도 mobile 시장, 특히 Android 시장에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마중물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게 하고 싶다면 내부에서 개발자들이 GED폰을 ‘레퍼런스폰‘이라고 부르는 무개념부터 바꿔야 하고 Home에서 시작되는 NED(Naver Experienced Device), DED(Daum Experienced Device)에 대한 개념 정립부터 시작하는 것이 맞는 순서라고 봅니다.
ps. 글을 올린 이후 받은 몇가지 피드백에 대해서 보완합니다.
1. Android 기본 Launcher는 Open source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가 이 부분은 미처 몰랐습니다)
2. 제조사 소스에는 해당 부분을 공개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