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적응기 #1

이 글은 2015년 10월 1일부터 2016년 12월 31일까지 (주)포인트웰이라는 스타트업에 근무하면서 느낀 것을 개인 페이스북에 노트 형식으로 기록했던 것인데 호스팅 서버 이전 기념으로 블로그로 옮긴 것입니다.


주식회사 포인트웰은,
생활용품 대표기업 다이소를 포함한 유통, 무역 분야 전문 한웰그룹의 유통분야 계열사입니다.

2015년 10월 다이소멤버십 서비스를 시작으로 제휴사에게는 무료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에게는 포인트를 통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상생 모델로 320조 오프라인 유통 구조 상의 고객들 매장, 그 안에 24시간 발생하는 구매와 결제 간의모든 거래를 위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프랜차이즈, 광고주, 그리고 그 데이터를 활용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시각적으로 만들어 내는 미래형 데이터 마케팅 기업입니다.


원문 발행일: 2015년 10월 15일

오늘로 (세미?)스타트업으로 이직한지 날짜로는 보름째, 실제 근무한 날로는 열흘 남짓 되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 동안 글로 배우고 말로만 ‘스타트업’을 외쳤지 진짜로 스타트업에 깊숙히 들어와서 현실을 체감하는 것은 처음이라 가끔 느끼는 바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저희 회사도 올 4월에 창업할 때 구성원은 2명이었고 기획/사업 구성원들은 채용을 했는데,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그렇듯 개발은 외주로 시작했습니다. 외주 개발사는 과거 3년여간 Founder들과 같이 일을 해온 신뢰가 두터운 나름 믿음직한 업체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입사 후 마주친 개발의 품질은 외주 개발사와 Founder들의 두터운 신뢰와는 달리 형편 없는 수준이었고 소위 ‘갑’이 ‘을’에게 을질을 당하고 있었고, 스타트업 구성원들의 절박함과 열정이 개발사와의 지루한 줄다리기로 소모되는 현실이었습니다. Founder들이 개발사에 무한 신뢰를 주고 있었지만 막상 외주 개발사는 외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수준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회사에 개발을 아는 구성원이 없다보니 Detail한 개발 요구사항을 만들지 못했고 개발 품질을 관리하지 못했으며 결과적으로 개발은 눈에 보이는 것만 문제 없도록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이대로 더 진행이 된다면 사업 성공 눈앞에서 legacy의 한계 때문에 좌절할 것 처럼 보였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개발사를 바꾸고 싶지만 그 동안 개발을 진행하면서 문서 한장 없이 진행이 되었기 때문에 개발사가 ‘안해!’라고 배째모드가 되면 사업을 접어야 하는 위기 상황이 불보듯 뻔해서 눈물을 머금고 인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로 인해서 내부 개발조직 셋업이 저희 회사가 당면한 가장 큰 현안이고 제 주요 미션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다 아시다시피 내부 개발조직 셋업도 사업만큼 절대 수월한 작업이 아닙니다. 저 같아도 이왕이면 ‘네*버’, ‘카*오’, ‘SK플*닛’, … 같은 쟁쟁한 업체에서 고수들과 같이 일하고 싶지 언제 망할지 모르는 스타트업에서 청춘을 보내기는 싫을 것입니다.

Founder들이 회사를 창업하면서 가진 열정과 제가 이 회사에 합류하게 된 동기가 다르듯이, 동료가 되었으면 하는 개발자들이 왜 이 회사로 와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제가 증명해야 했습니다. 유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무기는 각 개인에게 잠재되어 있는 ‘숨은 열정’을 찾아서 그 열정을 펼쳐볼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것인데 이 또한 점쟁이 수준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보였습니다.

요즘 영입하고 싶은 몇몇 분을 만나뵈면서 나름 제가 생각하는 ‘비전’을 공유하고 제 열정을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만나서는 왜 저와 같이 일해야 하는지 당위성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지만 뒤돌아서서는 내가 저 사람 인생을 책임질 수 있을까? ‘만에 하나’라는 상황도 있는데 나중에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kth에 입사할때 느꼈던 설레임을 지금 회사에서 다시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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