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적응기 #12 – MVP 그 후…

입사 후 근무 기간을 만으로 석달 채우는데 몇일 안남았네요.. 나름 고난의 행군(?)을 했더니 참 긴 시간을 보낸 것 같은데 말이죠. 요즘 왜 글쓰는게 뜸하냐는 주변 지인들의 의견이 있어서 송년회 끝나고 집에 들어와 짬을 내서 글을 써봅니다.

이제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 페북에 글을 따로 올리지 않아서 그렇지 여전히 장애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다만, 예전과 달리 저 혼자가 아니기도 하고 그 동안의 경험 덕분에 개발자들이 빠르게 원인을 찾아서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몰려드는 운영 이슈에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점도 있고, 여기저기 파트너사를 찾아다니면서 기술 협의도 하고, 새로운 개발 이슈를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고민도 하고, 제 개인 업무인 Android application 개발도 하면서 정신 없이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특히, 외주업체로부터 운영 주도권을 내부 개발팀으로 받아온 뒤로 사업부서에서 요청하는 운영 관련 업무가 기다렸다는 듯이 폭주하고 있습니다. 고객 문의사항 및 요청사항에 대한 개발 이슈 대응도 해야 하고 파트너사에서 요청하는 자료도 만들어야 하고 이런 저런 운영 업무가 끊임 없이 생기고 있지만, ‘독고다이 고립된 개발 조직’이 아닌 사업과 협업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가진 개발 조직을 지향했기 때문에 운영 업무를 최대한 신속하고 친절하게 대응을 해왔는데 줄어들기는 커녕 자동화를 위한 투자에 더 많은 시간을 빼앗기면서 개선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예전 kth에서 근무할 때 당시 부사장님 이셨던 박태웅대표님께서 저에게 처음으로 주신 질책성 문구가 ‘항상 급한 것이 중요한 것을 잡아 먹는다’였습니다. 4년이 지난 지금도 항상 잊지 않고 되뇌이고 있고 저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기 위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해왔습니다. 특히, 요즘 같이 정신 없이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을때 내가 급한 것 때문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는지 항상 반문하고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니 친절하게 최우선으로 대응하던 운영 이슈는 항상 급한 업무 였습니다. 하지만, 급한 업무에 밀려서 하지 못했던 파트너사와 연동과 수익을 내기 위한 추가 기능 개발은 당연히 중요한 업무였습니다. 이런 고민 끝에 지난 주말에 제가 내린 결론은, 지금까지 개발 조직에서 했던 행동은 급한 일에 치여서 중요한 업무를 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주 부터는 개발팀에 몇가지 지침을 공유 했습니다.

  • 지금까지 진행되던 모든 업무를 무조건 중단한다.
  • 하면 좋은 일’은 하지 않고 ‘해야만 하는 일’을 한다.
  • 운영 업무와 개발 업무는 오전/오후로 물리적 시간을 나누고 해당 시간에는 해당 업무만 한다.

일단 부족한 리소스로 과도한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 현실에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궁여지책이었습니다. 일단 궁여지책으로 얼마간 운영을 더 해보겠지만 의문이 들었던 것은 기존 조직에서도 항상 인력대비 업무가 과다했고 인력을 충원해도 업무가 훨씬 더 증가 했었지만 지금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존 안정된 조직 대비 절박함이 생긴 이유도 있었겠지만 보통의 조직에 비해서 스타트업은 무엇이 다른지 고민하다보니 제 나름대로 내린 결론이 ‘MVP 이후 성공을 대비하는 방법에 대한 Lesson Learned에 대해서 아무도 이야기 해주지 않았다’는 것을 깨닳았습니다.

보통 스타트업을 이야기 할 때 MVP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만, MVP는 실패 비용을 줄이기 위한 도구이지 막상 MVP로 성공했을 때 이후에 대한 어떠한 대책이나 방어 도구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MVP를 만드는 과정에서 쌓이는 기술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서 또는 성공적인 서비스 지표에 따른 연쇄적인 사업적 확장 요구에 맞추기 위해서 무작정 인력을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아직 사업적 성공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용적으로도 무리인 점도…) 개발 인력 부족으로 제휴 연동이나 추가 기능을 일정에 맞추지 못할 경우 서비스 초기 지표적 성공이 사업적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생겼습니다.

소위 ‘물 들어 올 때 노 젓는다’는 말이 있듯이 서비스 초기 지표적 성공에 따른 사업적 기회를 부족한 자금이나 인력 문제에도 불구하고 수익으로 연결해야 하는 것이 현재 제가 풀어야 하는 숙제입니다. 만약 제가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넘어선다면 할말이 참 많아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약장수가 될 수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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